[기자의 창] 뜨는 순간 빼앗긴다…해외 진출 전 상표권부터 지켜라

  • 작성일 : 2026-03-13 10:09:10

이미지=챗GPT

 

최근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K'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다수의 기업 대표들은 지금을 해외 시장에 신속히 진입해야 할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 동남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까지 진출 지도가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그러나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상표권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에도 반복돼 온 이슈지만, 최근 해외에 나서는 브랜드들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욱 크다.

상당수 기업이 소자본으로 온라인에서 출발한 만큼, 창업 초기에는 중국 상표권 출원 비용조차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 사이 중국에서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해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패션 브랜드의 상표를 선점하는 이른바 '상표권 브로커'가 활개를 쳤다. 이들은 브랜드가 성장한 이후 이를 빌미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A브랜드는 중국에서 상표권을 보유한 제3자가 SNS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초기 요구 금액은 10억 원에 달했으나, 현지 변리사의 중재와 소송 가능성 제시를 통해 약 1억 원 수준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만 8개월이 소요됐다.

B브랜드 역시 제3자가 상표를 먼저 출원해 공고 상태에 들어가자 즉각 소송에 착수했다. 약 2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상표권을 되찾았지만, 그 기간 동안 중국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상표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는 권리 회수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등록 전 소송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응이다.

중국 상표 출원 비용은 수수료를 포함해 약 12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선제적으로 집행하지 못할 경우, 수억 원대 합의금과 수년의 사업 지연이라는 훨씬 큰 대가로 돌아온다.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C브랜드는 중국 내 상표권이 선점되면서 현재 다른 국가에서만 매장을 운영 중이다. 상표권 브로커가 수십억 원대 합의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이전부터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D브랜드는 매장 전체가 무단으로 운영되는 피해를 겪기도 했다.

일부 브랜드는 발음이나 표기를 변경해 우회 등록을 시도하거나, 불사용 취소심판을 통해 권리를 회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과 비용, 브랜드 자산 훼손이라는 부담을 동반한다.

더 큰 문제는 위조 상품이 중국에서 생산돼 기타 국가로 유통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시장이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중국 내 상표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급 단계에서부터 통제가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은 중국 진출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을 미루고 있다. 지금의 해외 진출 러시는 한국 브랜딩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기반이지만, 그 신뢰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지식재산권(IP)이다.

IP 보호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법무 리스크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프라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일부 브랜드는 향후 접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국가까지 선제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며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미 20개국 이상에서 권리를 확보한 브랜드도 여럿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속도전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브랜드의 이름을 지키는 일이다. 상표권 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며, 이는 곧 K패션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다.

 

[기사원문] [기자의 창] 뜨는 순간 빼앗긴다…해외 진출 전 상표권부터 지켜라 -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