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 성장세, 2034년 7.5조 원 규모 이를 것
근로감독·소송전…산업 구조적 리스크 극복해야
최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한 한국 아이웨어 시장에 위험신호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코스에 선글라스·안경 쇼핑이 필수 노선으로 자리 잡고, 국내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공간·전시·체험형 리테일로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숨겨졌던 지식재산권·부정경쟁·노동착취의 문제가 한꺼번에 발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아이아이컴바인드 근로감독 착수와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간의 디자인·부정경쟁 소송전은 서로 다른 축에서 한국 아이웨어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노동착취 혐의로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사진=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를 만든 건 창의력인가 노동착취인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본사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디자이너 직군을 중심으로 재량근로제가 장시간 노동 및 수당·휴무 미지급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고 업무에 있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사실상 사업장에서 주당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재량근로제 운영의 적정성 여부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휴가·휴게·휴일 부여 및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을 밝혔다.
재량근로제는 본래 업무 수행 방법·시간 배분을 근로자 재량에 맡겨야 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사용자 지시가 구체적이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아이웨어·패션·콘텐츠 등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런칭, 캠페인 등 마감 일자에 업무가 몰리고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량이 급변하며 정당한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을 반복해왔다.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노무 관리 문제를 넘어, 한국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이 공유해온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낸다. 더 이상 노동착취를 업계 관행으로 변명할 수 없는 시대이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일수록 투자·협업·평판의 리스크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젠틀몬스터가 부정경쟁혐의로 블루엘리펀트에 민형사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블루엘리펀트
젠틀몬스터vs블루엘리펀트, 표절의 시험대에 오르다
노동 이슈와 동시에 업계를 흔든 또 다른 사건은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간의 법적 분쟁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블루엘리펀트가 아이웨어 제품뿐 아니라 파우치, 매장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성과를 광범위하게 모방했다며 민·형사상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분쟁의 특징은 단순한 ‘디자인 유사성’ 논쟁을 넘어, 부정경쟁방지법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개별 디자인의 등록 여부보다, 젠틀몬스터가 구축해 온 디자인 언어와 공간 콘셉트가 시장에서 출처표시 기능을 획득했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이를 통해 소비자 혼동을 유발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는 의미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3D 스캐닝 분석을 통해 형상 유사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블루엘리펀트 측은 해당 디자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성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여론 역시 “브랜드를 혼동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주장과 “트렌드가 수렴한 결과일 뿐”이라는 반론으로 엇갈린다.
이 논쟁은 특정 브랜드 간의 분쟁을 넘어, 한국 아이웨어 산업 전반에서 ‘어디까지가 차별화된 성과인가’라는 기준을 재정의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만약 법원이 공간·콘셉트·연출까지 포함한 포괄적 보호를 인정한다면, 향후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개발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아이웨어 시장 성장세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들이 런칭하고 있다. 사진=더블러버스
성장하는 시장, 늘어나는 브랜드…핵심 경쟁력은
한국 아이웨어 시장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크(IMARC) 그룹이 최근 발표한 ‘한국 아이웨어 시장 보고서(South Korea Eyewear Market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32억 달러(약 4조 6297억 원) 규모였던 국내 아이웨어 시장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4.91%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4년에는 52억 달러(약 7조 5208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견인요소로는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와 외국인 관광 수요 확대, 기술 발전과 고령화 사회 도래, 온라인·오프라인을 결합한 유통 구조 변화 등이 꼽힌다.
패션 브랜드들의 아이웨어 시장 진입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 글래시스, 무신사 스탠다드 선글라스 상표권을 출원하며 올여름 아이웨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제조·기획·유통이 통합된 SPA가 아이웨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구조와 소비자 접근 방식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마하그리드, 나이스고스트클럽, 아메스 등을 운영하는 메디쿼터스 역시 지난해 아이웨어 브랜드 ‘더블러버스(DOUBLE LOVERS)’를 재런칭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성수와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인 더블러버스는 올해 상반기 핵심 상권에 3개 매장을 추가하는 등 오프라인 위주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다종다양화되면서 아이웨어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미 디자인 차별화, 품질 신뢰, AS 체계뿐 아니라 법적 방어가 가능한 IP 전략과 노동 관리 체계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올랐고, 한국 아이웨어 산업의 미래는 지금 제기된 불편한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사원문] 디자인표절부터 노동착취까지…韓아이웨어 시장의 위험한 성장세 - 한국섬유신문 민은주 기자│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