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책임 대응’…택갈이·혼용률 논란에 플랫폼 신뢰 시험대

  • 작성일 : 2026-03-26 10:33:31

이번엔 택갈이로 ‘무관용 원칙’ 적용해 ‘정면돌파’
정부도 플랫폼 책임 연구 착수


“패션 플랫폼에서 택갈이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를 방치하면 결국 플랫폼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최근 무신사의 ‘택갈이 무관용 원칙’에 대해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택갈이와 관련한 입점 상품 관리 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무신사스토어 명동 매장 전경. 사진=정정숙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택갈이와 관련한 입점 상품 관리 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무신사스토어 명동 매장 전경. 사진=정정숙 기자

 

패션 업계에서 혼용률 오기재와 택갈이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강경 대응에 나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11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고객 보호를 위해 브랜드 상품 택갈이 발견 시 기존 조치보다 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최근 고객 문의를 계기로 일부 입점 브랜드가 당초 ‘자체 제작’이라고 밝혔던 사업 계획과 달리 외부 상품에 라벨만 교체해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왔다. 무신사는 해당 사안을 확인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향후 유사 사례가 적발될 경우 해당 브랜드에 대해 판매 중단을 넘어 사실상 퇴출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른바 ‘택갈이’는 외부 상품의 라벨만 교체해 자체 제작 상품처럼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번에 무신사에서 중국산 저가 상품을 택갈이한 것으로 알려진 M구두 브랜드는 다른 플랫폼에도 함께 입점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의 선제 조치 이후 일부 플랫폼은 뒤늦게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브랜드 상품을 내렸지만 플랫폼별 대응 속도와 조치 수준은 엇갈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패션 업계에서는 구조적으로 모든 상품을 사전에 검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은 물론 무신사·W컨셉·에이블리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 역시 다수 판매자가 동시에 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를 인지한 이후 이를 어떤 수준으로 공개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거래액 감소나 입점 브랜드 이탈을 우려해 문제를 조용히 정리하려는 유인(incentive)이 존재한다”면서 “무신사는 이를 공개하고 강경 대응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고 시장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플랫폼이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브랜드 관계자도 “자체 제작 상품인 것처럼 속여 타사 제품의 라벨만 바꿔 파는 소위 ‘택갈이’는 동대문 기반 패션 시장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꼽혀왔다”며 “중개 플랫폼 입장에서는 거래액 감소와 브랜드 이탈을 우려해 눈감아주기 쉬운 지점이지만 무신사는 당장의 매출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후속 대책도 내놨다. AI 기반 온라인 검수 시스템을 구축해 120만 개가 넘는 입점 상품을 대상으로 유사성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무신사·29CM 등 자체 플랫폼 내부에서 입점 업체 간 상품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등록된 상품까지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검수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제가 포착되면 해당 브랜드의 전 상품을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수준의 제재를 가하고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한 법적 조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무신사의 이 같은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4년과 2025년에도 입점 브랜드 일부에서 패딩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등 상품 정보 허위 고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신사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 상품과 브랜드를 공개하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뒤늦게 문제 상품을 삭제하는 식의 대응에 그쳤다는 점에서 무신사의 선제 공개는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패션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나라장터를 통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플랫폼 책임 범위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중심의 전자상거래 환경이 심화되면서 플랫폼이 직접판매, 대금수령, 배송 등 통신판매의 주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소비자 역시 플랫폼을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책임의 당사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패션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한층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신사 관계자는 “비난이 두려워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패션 생태계의 질서를 바로잡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욱 투명하고 안전한 쇼핑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사원문] 무신사 ‘책임 대응’…택갈이·혼용률 논란에 플랫폼 신뢰 시험대 - 정정숙 기자 한국섬유신문│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