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장인의 승리로 끝난 루이비통의 '리폼' 시비

  • 작성일 : 2026-04-02 08:33:39

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이미지=챗GPT
 

그동안 명품 리폼업자는 어둠의 자식이었다.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처럼 리폼은 거의 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과 함께 세상은 바뀌었고 리폼은 새로운 빛을 맞이한다.

법원은 1심 및 항소심 법원에서는 명품 브랜드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리폼 업계의 실상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리폼업자에게 광명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고객의 의뢰로 기존의 명품 가방을 수선하여 가방의 크기나 모양, 형태 등이 리폼 전의 상태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변경되고 리폼 제품이라는 점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대법원에서 변경된 것이다. 즉, 개인 사용 목적으로 가방을 리폼한 경우 리폼 과정에서 상표가 그대로 표시됐더라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전격적인 판단 덕분에 리폼업자는 기나긴 설움과 굴욕의 유배지 생활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리폼 행위의 상표권 침해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을 내린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했다(2024다311181). 루이비통은 자사 상표가 표시된 가방을 해체해 새로운 가방과 지갑 등을 제작한 리폼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1심 및 항소심에서는 1,500만 원을 배상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리폼 제품이 거래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경우, 그 제품에 상표를 표시한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리폼 요청을 받아 제품을 리폼한 뒤 이를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 리폼 과정에서 상표가 표시되었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목적에 따라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 상거래에 제공하여 시장에 유통되게 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리폼 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명품 브랜드의 상업적 이해 관계까지 고려한 판단이었다.

나아가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했다. △소유자의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리폼 제품의 목적·형태·개수 등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주체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리폼에 제공된 재료의 출처와 그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 책임은 리폼업자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상표권자, 즉 명품 브랜드에게 있다고 판단하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패션 강국에서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던 상황에서 리폼의 적법성 여부는 단순히 법리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명품 시장의 상업적 영향, 패션 수선 업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파급 효과까지 상당하다. 대법원 입장에서는 리폼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고,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했기에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할 것이다.

강남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리폼업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죄인의 멍에를 벗어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 장인에 대한 사회적 명예를 되찾고 명품 과생산에 경종도 울린 것이다.

[기사원문] [이재경] 기술 장인의 승리로 끝난 루이비통의 '리폼' 시비 - 이재경 기자 어패럴뉴스│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