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사진 한 장을 둘러싼 저작권, 초상권, 그리고 사용권

  • 작성일 : 2026-04-24 08:34:18

양지민의 '법대로 톡톡'
 

이미지=챗GPT

 

패션업계에서는 사진 한 장이 곧 브랜드의 이미지이자 자산이 된다.

패션쇼 현장 사진, 룩북 이미지, 캠페인 컷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콘텐츠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진 한 장을 두고 "촬영비를 줬으니 사진은 당연히 브랜드 것 아닌가", "모델이 촬영에 응했으니 허락 없이 계속 써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식의 오해가 적지 않다.

이처럼 사진 한 장에는 사진작가의 저작권, 모델의 초상권, 브랜드의 사용권이 함께 얽혀 있어서 권리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찍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범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

우선 사진작가의 저작권부터 생각해 보자. 패션쇼 사진이나 룩북 사진은 조명, 구도, 연출, 피사체의 배치 등 창작적 요소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촬영비를 지급했다고 해서 사진의 저작권까지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창작자인 사진작가에게 남고, 브랜드는 계약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촬영 의뢰 = 제한 없는 자유로운 사용'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는 촬영 계약과 저작권 귀속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진 속 인물의 초상권 문제도 얽혀 있다. 특히 룩북이나 브랜드 캠페인 사진에서는 모델의 얼굴, 이미지, 분위기 자체가 브랜드 슬로건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전속 모델을 고심해서 고르는 것이다. 법원은 모델의 초상권을 함부로 촬영·공표·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모델이 촬영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가 곧바로 무제한적인 이용 허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오프라인 행사 홍보용으로만 촬영한 이미지를 이후 온라인몰, SNS 광고, 해외 플랫폼, 협업 종료 후 별도 합의 없이 아카이브 게시물 등에 계속 사용한다면, 이는 당초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촬영 동의와 이용 허락은 구별해서 보아야 하고, 이용 매체·기간·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즉, 실제 분쟁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이다. 법원도 사용 기간이나 범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으면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 것으로 해석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룩북 이미지가 브랜드 홈페이지나 SNS에 계속 남아 있거나, 협업 종료 후에도 과거 캠페인 사진이 광고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후 사용에 대한 명시가 계약서에 없다면 법적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결국 브랜드는 촬영 단계에서부터 저작권 귀속, 이용 허락 범위, 2차 편집 가능 여부, 게시 기간, 해외 사용 여부를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야 하고, 사진작가나 모델 역시 자신의 권리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고 보호받는지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패션쇼와 룩북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시대일수록 사진의 미학만큼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정확히 설계하는 일이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감각 못지않게, 그 이미지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의 언어가 필요한 이유다.

 

[원문 보기] 패션 사진 한 장을 둘러싼 저작권, 초상권, 그리고 사용권 - 양지민 변호사 어패럴뉴스│2026-04-24